연습장 없는 광주장애인육상… "공원에서 훈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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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일반
연습장 없는 광주장애인육상… "공원에서 훈련해요"
전용연습장 없어 나주 등 떠돌이 훈련||장애인체전서 한국新 5개 수립은 기적||광주 역대 최고 성적 견인에 한몫||코치와 선수 열정으로 만든 성과
  • 입력 : 2022. 11.24(목) 16:17
  • 최동환 기자
광주장애인육상 필드 선수들과 박영식 코치가 24일 광주장애인국민체육센터 1층 다목적체육관에서 내년 전국장애인체전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최동환 기자

광주장애인 육상 필드 선수인 김기현이 나주 둔치 체육공원에서 곤봉던지기 연습을 하고 있다. 광주장애인육상연맹 제공

"훈련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세요."

제42회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에서 광주에 한국신기록 5개와 대회신기록 1개를 안겨 준 광주 장애인육상 필드 선수들의 바람이다.

광주 장애인육상 필드 선수들은 배영준·김기현·박영환·박송의(이상 남자 휠체어 뇌병변)·김현정(여자 스탠딩 뇌병변)·이찬미(여자 지체)·권순하(남자 지체)·김지혜·방미주·김연행(이상 여자 시각)·김천천·송상훈·진솔·최찬(이상 남자 시각)·장신영(남자 지적) 등 15명이다.

이들은 한국신기록과 금메달 획득의 기쁨보다 앞으로의 훈련 걱정이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와 있었다.

박영식 광주 장애인육상 필드 코치는 "2020년 광주장애인육상필드 코치로 부임해 지도해 보니 창과 포환, 원반던지기를 연습할 곳이 한 곳도 없어서 막막했다"며 "던질 수 있는 연습장이 있다면 이들이 편하게 운동하고 기록도 더 향상시켰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 장애인육상 필드 선수들이 기쁨보다 부담을 갖는 이유는 광주에 투척 전용 훈련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전국장애인체전을 앞두고 박영식 코치와 함께 염주종합체육관 내 씨름장과 광주천 둔치공원, 나주 둔치 체육공원 등 여기저기 떠돌면서 훈련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일 먼 나주 둔치 체육공원까지 가서 연습하려면 이동에만 왕복 2시간을 써야 했다. 게다가 투척 종목 특성상 안전을 위해 사람들이 없는 시간대를 골라 눈치를 보며 연습하기를 반복했다.

그나마 훈련 장소를 구하지 못하면 결국 광주장애인국민체육센터 1층 다목적체육관 구석진 곳에서 창, 원반, 포환 대신 공을 활용해 던지는 연습을 반복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장애인육상 필드 선수들은 지난 달 울산에서 열린 제42회 전국장애인체전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김지혜(16)가 포환·원반·창 던지기 등 3개 종목 모두 한국신기록을 작성하며 3관왕을 달성했다. 방미주(43)는 창던지기에서, 김현정(22)은 포환던지기에서 각각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장신영은 남자 포환던지기에서 대회신기록을 갈아치웠다.

광주 장애인 투척 선수들은 이번 장애인체전에서 금 6, 은 7, 동 5개 등 총 18개의 메달 획득과 함께 총 9427점을 올리며 광주의 역대 원정 최고 성적(금 51·은 69·동 80개·종합득점 11만3647점·종합 6위)을 견인했다.

이같은 성적은 육상 투척 선수 출신인 박영식 코치의 열정적인 지도와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가 결합해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박 코치는 광주 특수학교을 찾아 다니며 교사들과 소통을 통해 여러 유형의 장애 선수 발굴에 힘쓴 한편 유형별 장애인 특성에 맞는 기본기와 기술 등을 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전수했다. 특히 훈련장이 없어 실전 훈련 시공간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웨이트 훈련으로 투척에 필요한 근력을 키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선수들도 박 코치의 열정적인 지도에 믿음을 갖고 열악한 훈련 환경에도 주어진 시간에 집중력있게 연습했다.

양대동 광주장애인육상연맹 회장은 "장애인 투척 선수들이 전용연습장이 없어 떠돌이 훈련을 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한국신기록 5개가 나온 것은 정말 '기적'이다. 단지 축하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전용 연습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그동안 고생한 선수와 지도자에 대한 축하이자 보답이다"고 말했다.

방미주 선수는 "작년 5월부터 투척을 시작했는데 이번 장애인체전서 좋은 결과가 나와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 운동을 하면서 정신적인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맘껏 던지기 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현정 선수도 "포환을 던지면서 예전보다 밝아지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하게 된 내 모습이 좋다. 다음 목표는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과 패럴림픽에 나가는 것이다. 마음 편히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시장애인체육회는 광주시, 광주시교육청 등과 협의해 장애인육상 필드 연습장 확보 방안을 마련 중이다.

광주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광주시를 통해 익산국토관리청에 덕흥동 생활체육시설 부지에 투척 연습장 설치를 건의했지만 하천 훼손 등의 이유로 허가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받았다. 광주시교육청과는 폐교부지를 활용한 투척 연습장 마련 등을 건의해 적극 검토 답변을 받았다"며 "여러 방안을 찾아 유관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